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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5일 화요일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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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 칼럼

클리블랜드와 포사다의 진심

출처 민기자 칼럼 | 입력 2015.08.25 09:58 | 수정 2015.08.25 12:41


"때로는 야구는 두 번째야. 가족이 가장 우선인거지. 아무런 걱정 말고 딸의 곁을 지키게.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주저 말고 바로 알려 주고."

지난 5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유틸리티 내야수 마이크 아빌레스(34)는 크리스 안토네티 단장과 테리 프랑코나 감독에게 면담 요청을 했습니다. 안 좋은 소식을 전하면서 힘든 요청을 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4살짜리 딸이 백혈병 진단을 받아 병원에 급히 입원하게 됐으며 딸의 곁에 있고 싶다는 아빌레스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단장과 감독은 위로의 말부터 건네며 당분간 야구는 잊으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아빌레스는 시즌 중 소중한 열흘간의 병가를 허락 맡아 딸 아드리아나의 병상을 지켰습니다.

< 백혈병 투병 중인 애드리아나가 아빠 마이크 아빌레스에게 시구를 하고 있습니다. @CLE SNS >

동료 아빌레스 딸의 쾌유를 비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구단의 진심은 그 후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애드리아나가 클리블랜드의 유명 소아암 클리닉에서 치료를 받고 투병을 이어가자 6월 초 인디언스 동료들은 하나 둘 삭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키모 치료를 받으면서 머리카락을 잃게 된 친구 딸의 힘겨운 투병에 모두의 마음을 보태기 위한 따뜻한 움직임이었습니다. 6월 8일(이하 한국시간) 클리블랜드 구단주인 폴 돌란이 아빌레스에게 직접 부탁해 삭발식을 하면서 인디언스 구단의 한마음은 완성됐습니다.

아빌레스는 운동장으로 돌아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뜨거운 마음으로 팀을 위해 전력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또 고민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2루수, 3루수, 유격수, 좌익수, 중견수, 대주자, 대타 등 그 어떤 선수보다 쓰임새가 많은 아빌레스에 대해 여러 팀에서 트레이드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자 안토네티 단장은 아예 공식 발표를 합니다. '올 시즌 아빌레스의 트레이드는 없다.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마이크의 가족에게 더 부담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클리블랜드의 소아암 병원은 미국 전역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는데, 팀에서는 애드리아나가 계속해서 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트레이드는 아예 없다고 다른 팀에게 공지를 한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14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홈구장 팬들은 뉴욕 양키즈와의 일전을 관전하려고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가 천진난만 두 소녀의 시구에 뜨거운 갈채를 보냈습니다.
구단에서는 애드리아나와 쌍둥이 자매 마이야의 시구를 진작부터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투병 중인 애드리아나의 병세가 호전되고 면역성이 다시 강해질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이날 두 쌍둥이 딸이 아버지 마이크 아빌레스에게 시구를 했습니다. 직접 시구는 물론 애드리아나의 몫이었습니다. 머리를 길게 기른 마이야와 달리 애드리아나는 스카프로 머리 위를 가리고 나왔지만 꼬마 애드리아나는 마냥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특히 외야의 대형 스크린에 자신들의 모습이 나오자 깡충대며 즐거워했습니다. 지금도 아이들은 아빠에게 큰 TV에 자신들이 나왔던 것을 기억하느냐며 그날의 추억을 되새기고 있다고 합니다.

아빌레스의 가족이 힘든 투병 과정을 겪어내는 데는 주변의 따뜻함 마음과 배려가 가장 큰 힘이 됨은 당연합니다.
그는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팀과 프론트 오피스 그리고 팬들이 보내준 진심어린 따뜻한 마음은 나와 가족들에게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물론 힘들지만 그런 마음이 있기에 힘을 낼 수 있고 가족 모두가 행복하게 이겨내고 있다. 나의 가족과 함께 야구의 가족이 우리를 이끌어주고 있다."라며 감격했습니다.

< 시구에 앞서 아빠랑 캐치볼도 하고 시종일관 행복한 모습으로 팬들의 마음을 빼앗은 아빌레스 쌍둥이 자매 @CLE SNS >

그런데 지난 주말 아빌레스는 또 한 번 울컥한 순간을 맞았습니다.

인디언스는 양키즈와의 4연전을 위해 뉴욕을 방문했습니다. 푸에르토리코 이민자의 아들인 아빌레스는 뉴욕이 고향입니다. 자라면서 당연히 양키즈의 경기를 즐겨 봤고 양키스타디움을 찾아 야구의 꿈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데릭 지터, 마리아노 리베라, 조 토리 감독 등의 영웅 중에서도 그의 마음속 최고 영웅은 바로 같은 푸에르토리코 출신 포수 호르헤 포사다였습니다.
마침 24일은 바로 양키즈에서 포사다의 20번을 영구결번 하는 행사가 경기 전에 열렸기에 아빌레스는 흥분된 마음으로 행사를 기다렸습니다. 지터와 마리아노, 토리 전 감독까지 행사에 참석하면서 아빌레스는 더그아웃 맨 앞에서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행사를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포사다는 기념사를 했습니다. 양키스타디움 팬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인사말을 이어가던 포사다가 말미에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회를 맞아 여러분 모두가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한 인디언스의 마이크 아빌레스 선수에게 행운을 빌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의 딸 애드리아나가 완치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나 역시 마이크 당신과 당신의 가족, 그리고 세상의 모든 이들의 건강을 위해 기원하겠습니다."

포사다는 아빌레스와 동병상련의 마음입니다.
그의 아들이 '머리뼈 융합증(craniosynostosis) ' 희귀병을 앓고 있습니다. 포사다와 가족은 투병 생활을 하면서 또한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이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과 가족들을 위한 활발한 봉사 활동과 기금 모금 행사 등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병은 다르지만 아빌레스의 어린 딸이 백혈병 투병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포사다가 소중한 자리를 빌어 그 아이의 완치와 그리고 그의 가족들에게 용기의 마음을 전달한 것이었습니다.
아빌레스는 포사다의 말을 들으면서 처음에는 꿈인지 생신지 모를 정도였다고 했습니다.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솟아 오르는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절로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더그아웃 앞에서 물러났던 아빌레스는 경기 후에 SNS를 통해 포사다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의 투병을 곁에서 지키는 아빌레스의 아픈 마음이야 설명이 필요 없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그는 또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때론 야구보다 훨씬 큰일도 생긴다. 삶이란 그런 것 같다. 그러나 큰일을 겪으면서 스포츠계의 많은 분들이 마음을 모아주고, 함께 하는 것을 직접 겪고 보았다. 야구란 얼마나 긴밀하고 따뜻한 세상인가."
아직 통원 치료를 하고 있는 애드리아나는 조만간 유타의 집으로 가서 휴식을 취하며 병이 나아지길 기다릴 예정입니다. 시즌이 끝나면 아빌레스도 딸과 가족의 곁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애드라이나의 상태가 조금 더 나아지면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백혈병 아동과 그 가족을 도울 계획입니다. 가족들과의 하루하루, 한 순간 한 순간을 더욱 소중히 즐기면서 이제 그와 가족에게 쏟아진 따뜻한 마음을 또 그런 마음이 필요한 이들에게 맘껏 돌려줄 계획입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Cleveland.com, NY Times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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